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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해랑의 숲이야기를 마치고
1 글쓴이 : 관리자

모해랑의 숲이야기를 마치고.....

젊음이 좋았고 해변이 좋았다. 산 그리고 숲 하면 상쾌한 면은 있지만 답답하고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직접 가서 보고 느낀 숲은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적막하고 말이 없다.
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닉네임을 정하라는 말에 무엇을 할까 망설이다가 몸도 마음도 따듯해지고 싶다는 생각에 ‘햇빛’이라는 닉네임을 정하게 되었다.

숲과의 교감, 치유, 용서 순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숲에는 수 만 가지의 나무들과 꽃이 있었다.
숲에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은 겸손 이였다. 꽃을 보거나 꺾으려면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어야 할 수 있다. 꽃들도 저마다 자신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또 나무를 보면 가지 방향이 전부 햇볕이 쬐는 쪽으로 뻗어 나가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나무들이 스스로 가지를 쳐내며 햇볕을 향해 뻗어 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나무 같은 경우 가지를 쳐내며 난 상처들을 스스로 송진을 내뿜어 치료를 한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하찮게 생각했던 것들도 저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있었고 그렇게 스스로 치유하면서 당당하게 가지를 뻗어나가고 있는데 하물며 사람인 나는 스스로를 치유 하기는 커녕 상처만 내고 있으니 부끄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숲에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night working 프로그램이 1시간씩 주어졌다.
깜깜하고 적막해서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고 있는데 산에 혼자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으로 들어 왔다. 그러고 나니 불안해 졌다.
불안해하지 말자....괜찮다. 속으로 되 내였다. 혼자 있는 것이 편하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던 나는 정작 혼자 있게 되니 두려워했다.
겉으로는 혼자 있는 것이 좋다고 했지만 정작 마음속엔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 하고 혼자 있기를 누구보다 싫어하는 사람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워서 밤하늘을 보니 별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문득 지금 나와 저 별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또 별이 속해있는 광활한 우주, 그 공간은 얼마나 될까? 하는 원초적인 의문이 들었다.
자연 앞에서 어떻게 보면 인간은 참 작은 존재란 생각도 들고, 수많은 걱정과 근심을 가지고 살아온 나는 바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면 좀 여유롭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밖에 용서란 주제로 진행된 숲에서의 프로그램에서 마음속으로 용서할 사람을 찾아보라는 숲 안내자 선생님의 말에 생각해보았지만 신기한 것이 서른이 넘게 살아왔는데도 원한이나 누구를 용서할 일이 없었다.
모든 일이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나에게 가족들 또 주변사람들 그 누구도 용서의 대상이 될 수가 없었다. 결국엔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서 퇴원하고 센터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한지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겉으로는 별 문제 없지만 속으로는 복잡한 생각과 감정들이 요동치고 있었다.
맨 정신으로 무엇인가를 하고 인간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쉽지가 않다. 마음을 비우고 지금 현재에만 집중하려 발버둥 쳐도 중독의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가지게 되었던 나 자신을 공격하는 성향과 망상에 가까운 생각들은 끊임없이 찾아온다.
‘내가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되었나 ’ 싶기도 하지만 항상 술기운에 생활하고 인간관계를 맺었기에 지금 내 모습이 나의 본 모습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나를 용서한다는 것이 과연 될까? 쉽지 많은 않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나를 용서한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편해 질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배운 것이 또 있다. 4박 5일 동안 비오도고 따듯한 날도 있었고 쌀쌀한 날도 있었고, 숲을 걷다보면 오르막길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었다. 계속 가다보면 평지도 있다. 인생도 그와 비슷하다 생각한다.
힘들 때도 있고 편할 때도 있다.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 나에게도 좋은 날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청태산의 공기는 정말 맑았다. 숲을 걸으며 많은 나무와 아름다운 꽃들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문득 초등학교시절 숲으로 소풍갔던 시절이 떠올랐다. 다들 엄마와 가는데 할머니와 가야 하는 것이 싫어서 혼자 가겠다고 때를 쓰곤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철없던 시절 이였지만 그 시절 어머니를 참 많이 그리워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께 참 좋은 아들이 되고 싶었다. 누구보다 효도하고 호강시켜 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나는 알코올 중독에 빠져 들었고 어머니께 반대로 상처와 실망만 안겨 드리게 되었다. 내세울 것 없는 아들 숨기고 싶은 아들이 되어 가고 있었다.

몇 일째 술만 마시고 있던 때 나는 내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고 집에 손님이라도 오면 나는 숨을 죽인 채 있었고 그나마 조금 열려 있던 방문은 닫혀야 했다.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싶어도 나는 내 방을 나가기가 싫어서 참았다. 그리곤 아무도 없거나 한 밤중에 다들 잘 때를 기다려 물을 마시고 화장실을 이용하곤 했었다.
내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이기가 싫었다. 한 밤중에 부모님께서 이야기하는 소리 소곤 소곤 하는 소리를 들으면 어김없이 내 이야기를 할 터였고 아버지께서 담배를 태우시며 한 숨 쉬는 소리를 나는 들을 수 있었다. 그 한 숨의 이유와 의미를 나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 숨 소리를 들을 때면 내 가슴은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곤 다짐하곤 했었다. “오늘 까지만 마시고 내일 부터는 마시지 말자.” 하지만 처음부터 그 약속은 지킬 수 없는 약속 이였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아들로써 떳떳하지 못하고 해주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미안한 생각이 내 자신을 한없이 작게 만들었다. 현실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평소에 나는 자존심 같은 것은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었는데, 자존심이 굉장히 쎈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그 시절 힘들어 했던 이유가 아프고 병들었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스스로 위로하곤 한다.
바보같이 해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미련은 버리고 현실만 생각하려 한다.

그렇다면 해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첫째는 과거처럼 무기력하게 지내지 않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하고 직장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단주가 되어야 한다.
무엇을 하려고 해도 가장 첫 번째는 단주가 되어야 모든 것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결론을 가지게 되었다. 그 만큼 나에게 있어 술이란 것은 모든 것을 시작할 수 없게 만들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더 이상 못났다는 생각은 버리고 이제는 떳떳해지기 위해 노력중이다.
그 부분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다. 무언가를 할 수 있어서 과거의 내 모습에서 변하려고 노력할 수 있어서...

이번 캠프에서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또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나보다 더 힘든 상황의 사람들을 보고 현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도 술 마시고 중독에 괴로워하는 사람들, 병원에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고 주변에 힘이 되는 사람들이 많은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숲이 나에게 가르쳐 주고 느끼게 해준 것들을 잊지 않고 살아가야 겠다.

                                                                                                                     2011. 10.24일 

                                                                                               모해랑의 숲이야기를 마치고..
 
                                                                                           강북 알코올 상담센터 회원 성OO

2011-10-24 오후 1:5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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